최근 새로운 취미를 가지게 되었는데요, 그거슨 바로 캠핑입니다. 코시국 때문에 인기가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하는데 저는 늘 그렇듯 뒷북을 요란하게 치면서 참여를 하게 됐습니다.
흔히들 원터치 텐트라고 불리는 팝업텐트를 들고 다니다가 큰맘 먹고 텐트를 사려고 했는데요,
하필 구매하고자 하는 텐트가 품귀현상이라 매장에서 구매가 불가능했고 어쩔 수 없이 중고로운 평화나라에서 구매하게 됐어요.
하지만 평화나라답게 사기꾼이 판쳤고 제가 피해자가 되고 말았네요. 수십년(?)을 중고거래하면서 나름 전문가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당할 줄이야... 제가 왜 속았는지, 그리고 어떻게 대응을 했는지 함께 공유해보도록 할게요!
사기꾼을 믿을 수밖에 없던 밑밥들
1) 네이버 본인인증 완료
네이버에서 본인인증을 했다는 것은 폰번호와 해당 계정이 동일하면서 동시에 특정 누군가를 확인해줬다는 뜻으로 이해했어요. 해당 글로 사기를 쳤다면 본인 인증된 연락처로 쉽게 잡을 수 있으니까 본인인증된 판매글은 보다 신뢰를 할 수 있습니다. 저 또한 이러한 이유로 본인인증을 신뢰했는데 이것 역시 속일 수가 있는 듯하네요.
나중에 되어서야 작성자가 해당 글에 댓글을 달기 시작했는데, 해킹을 당한 것 같다고 하네요. 이 말이 사실인지 거짓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저는 본인 인증된 판매글을 믿었고 이로 인해 피해를 입었어요. 본인인증 판매글도 무조건 믿으면 안 되겠네요.
2) 판매 사유와 과거 히스토리
판매자의 텐트 판매 사유는 아이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 판매한다고 했어요. 캠핑이 어려운 이유 중에 아이 때문이라는 건 흔한 일이기에 그럴만한 판매 사유였습니다. 그렇다면 과거 판매 히스토리가 어떤지 찾아봤어요.
과거 판매 이력을 보니 아이용품들을 판매한 적이 있네요.방문 횟수도 꽤 많고 과거 이력도 최근에 만든 것들이 아니라 작년에 만들어진 것을 보아하니 사기를 위해 갑자기 만든 계정은 아닌 듯했어요. 더더욱 신뢰를 하게 되는 부분이죠. 여기에 신뢰의 정점을 찍은 부분이 있었는데요, 바로 카톡 프사였어요.
3) 카톡 프로필 사진
판매자의 판매 사유는 아이 때문이었고 과거 판매 이력도 아이용품이 있었는데요, 판매자의 번호로 카톡을 조회해보면 아이 사진이 떴어요. 이 정도의 빌드업이면 '아 이 사람은 정말 아이가 있고, 어쩔 수 없이 텐트를 파는구나'라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었죠.
4) 판매용품 인증사진
평화나라에서 사기 칠 때 자주 하는 방법은 물건이 실제로 없는데 여러 사람한테 판매하는 건데요, 이를 방지하고자 판매자는 실제 물건이 있다는 것을 인증해주곤 합니다. 판매 물건과 함께 특정코멘트를 함께 사진을 찍는 것인데요, 저같은 경우 판매자가 제 연락처와 시간을 적어서 판매물건과 인증을 해주었습니다.
박스는 익히 알고 있는 코베아 텐트 박스고 그 위에 제 연락처와 연락을 나눈 시간을 인증을 해줬으니 '아 물건도 있구나'라는 확신을 갖게 됐어요.
5) 중복거래 거절
최종 돈을 입금하기 전에 선배님의 도움을 받아 사기인지 확인을 했어요. 제가 판매자와 거래하고 있는 도중에 새로운 구매 희망자가 나타나면 어떻게 할 것인지 반응을 보려는 거였는데요,
만약 사기꾼이라면 여러 명한테 사기를 쳐야 하니까 새로운 구매 희망자한테도 물건을 팔 것이고,
사기꾼이 아니라면 '거래 중이니 불발 시 연락하겠다'는 피드백이 올 거예요.
선배님이 새로운 구매 희망자 역할을 하여 판매자한테 연락을 했습니다. 그리고 판매자는 현재 거래 중이라며 선배님과의 거래를 거절했어요. 저는 이제 완전한 확신을 갖게 됩니다.
사기라는 것을 깨닫게 된 댓글
택배를 보내고 연락을 준다는 판매자의 말을 듣고 여유롭게 기다리고 있었어요. 당장 그 주 주말에 캠핑 갈 생각만 하면서 행복한 시간들을 꿈꾸고 있었죠. 아주 기분 좋은 기다림이었습니다. 그 댓글을 보기 전까진..
누군가가 판매자 전화기가 꺼져있다는 댓글을 달았고, 얼마 안 가서 조치를 취하겠다는 댓글이 달렸어요. 이것을 본 순간 '중복 판매다, 사기다'라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순간 확 짜증이 나면서도 동시에 앞서 수많은 검증(?)을 뚫고 사기를 친 사기꾼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정도로 빌드업을 해야 사기를 칠 수 있구나 싶더군요.
이후에 해당 댓글러와 카톡방을 개설하여 얘기를 주고받았는데 똑같은 수법으로 당한 것으로 파악되었어요. 둘 다 사기를 당한 거죠. 그리고 사기꾼을 잡기 위한 공부(?)를 하기 시작했어요.
더치트에 등록
위에 검증 내용에는 적지는 않았지만 아마 가장 먼저 확인했던 부분은 더치트였던거 같아요. 더치트는 개인 간의 거래에서 사기를 확인하기 위해 만들어진 사이트인데요, 여기에 전화번호 또는 계좌번호 정보를 넣으면 과거에 사기 친 이력을 볼 수가 있어요. 물론 제가 확인했을 때 이 사기꾼의 과거 사기 이력이 없었기에 맘편히 거래를 진행했어요.
(더치트 접속하기)
나중에 알게 된 건데 사기꾼과 합의가 완료되면 더치트에 등록된 신고는 삭제되어야 한다고 하네요. 달리 말하면 이 사기꾼이 과거에 사기를 치긴 했으나 당시 피해자와 원만한 합의가 있었다면 사기 신고는 삭제되어 제가 확인이 불가하다는 것이지요.
이 수법을 악용한 사례도 보이는 거 같네요. 사기 친 돈으로 합의를 봐서 신고를 삭제하고 또 다른 사기를 쳐서 합의를 보는 형태... 진짜 별별 사람 다 있네요
※ 출처: https://thecheat.co.kr/rb/?m=bbs&bid=cheat_fan&p=14&uid=7548107
그럼에도 더치트를 이용하는 이유는 해당 사기꾼에게 계속 사기 쳤다는 사실을 인지시켜주어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듯합니다.
- 사기꾼에게 계속 전화를 해서 제가 신고했다는 사실을 인지시켜주며
- 전화를 안 받으면 계좌에 1원씩 입금하면서 신고 사실을 인지시켜줍니다.
유튜브 보면 이러한 행위로 인해 사기꾼들이 피해자와 합의를 보는 경우가 꽤 있는 듯해요. 불행히도 제 사기꾼은 프로였고 이런 거에 쉽게 흔들리지 않았어요. 그렇다면 고소장을 작성해봅시다.
고소하기
먼저 저는 법률 초보자라 잘못된 정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며 시작합니다. 법률용어 짱짱 어려워서 혼동하는 경우도 있을 거예요ㅋㅋ
피해자가 사기꾼 고소미 먹일 수 있는 방법은 크게 2가지입니다.
- 형사소송
사기꾼이 사기 쳤다고 소송을 걸어서 형사처벌을 받게 하는 방법
단, 형사처벌을 받을 뿐 내가 피해본 금액은 돌려받지 못함 ▶ 배상명령신청서 작성을 통해 피해금액 돌려받기 - 민사소송
사기꾼에게 피해를 받았다는 점을 법적 싸움을 하여 피해금을 돌려받는 방법
단, 내가 피해를 봤다는 사실을 증명을 해야 하는 어려움 발생 ▶ 형사소송 승리한 후에 민사소송 따로 진행 필요
뭘 하든 형사소송을 먼저 이겨야 뭐든 할 수 있을 듯하여 형사소송부터 진행하기로 했어요.
고소장 작성
흔히 우리가 말할 때 '고소할 거야'는 누구를 고소할지 명확할 때 쓸 수 있는건데, 인터넷 사기처럼 누군지 잘 모르는 경우 설령 사기꾼이 준 계좌번호의 예금주를 알더라도 정확하게 누군지 모를 경우에는 고소장이 아닌 진정서를 작성해야합니다. 고소장으로 특정인을 고소했다가 대포통장, 대포폰처럼 타인인 경우 무고죄로 역으로 고소당할 수도 있다고 하네요. 소제목으로 고소장 작성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진정서 작성이며 작성 요령은 동일합니다.
진정서(고소장) 양식 다운
진정서의 양식은 별도로 없다고 하네요. 그래서 검색을 해보면 별별 형태의 진정서, 고소장을 볼 수 있어요. 심지어 수기로 작성한 분들도 계시는데 제가 이용한 방법은 경찰서에서 제공하는 표준양식을 활용하는 거예요. 어차피 경찰서에 진정서 제출할 거니 해당 경찰서에서 제공하는 양식을 활용하면 서로 편하겠죠??
예시로 강남 경찰서를 보여드릴게요. 강남 경찰서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여러 서식을 다운 받을 수있는데 이 중 수사에 들어가면 진정서를 다운 받을 수 있어요.
반드시 들어가야 할 정보 3가지
기본적으로 육하원칙에 따라 상세히 피해사실을 작성해야 하는데요, 그중 핵심 키워드 3가지가 있어요.
우리는 사기를 당한거니 '사기죄' 항목으로 사기꾼을 신고하는 건데 사기죄 성립을 위한 핵심 키워드는..
- 고의성
- 기망행위
- 재산상의 이익
어려운 단어처럼 보이지만 어쨌든 이 사람이 실수가 아닌 목적을 가지고 사기를 쳤다 (고의성)
물건을 준다고 해놓고 잠수 타고 물건을 주지 않는다, 중복거래를 하였다 (기망행위)
이로 인해 피해자들의 돈을 가지고 튀었다 (재산상의 이익)
로 정리할 수 있겠네요.
위의 핵심 키워드 3가지를 잘 녹여서 진정서에 작성하시면 돼요.
반드시 필요한 첨부파일 3가지
첨부파일(입증자료)은 경찰서에서 고소할 때 필요한 서류예요.
- 이체결과서
내가 돈을 보냈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한 이체결과서. 이용하는 은행 사이트가면 증명서 형태로 인쇄가 가능해요! - 대화 내용 캡쳐
사기꾼이 어떤 식으로 사기를 쳤는지 보여주기 위해 카톡이나 문자 캡쳐자료가 필요해요. - 상품판매 게시글
평화나라에 어떤 식으로 글을 올려서 사기를 쳤는지 보여주는 자료예요.
이렇게 진정서 작성 및 입증자료를 출력을 해서 집 근처 경찰서로 갑니다.
경찰서에 진정서 제출
사실 경찰서에 진정서 제출하는 거 자체가 스트레스예요. 경찰서도 평일 오후 6시에 업무를 종료하기 때문에 그전에 제출을 해야 하는데 직장인이 그렇게 여유롭지 않잖아요? 저는 재택근무하는 날을 이용하여 퇴근하자마자 부랴부랴 경찰서에 가서 제출하고 왔어요.
아! 파출소가 아니라 경찰서예요!
민원실 방문
5시 넘어서 갔더니 사람도 없어서 금방금방 되는 듯했어요. 경찰서에 가서 우선 민원실로 갑니다. 이곳에서 인터넷 사기 신고하러 왔다 하고 준비한 서류를 드리면 거기 계시는 담당관이 누락된 자료가 있는지 확인해주시고 문제없으면 사이버수사팀으로 안내해주십니다.
사이버팀 방문
사이버팀 문 앞에 우수 수사팀이라고 배지가 달려있네요. 내심 안도가 되는 부분이네요 ㅋㅋ 이렇게 사이버팀을 방문을 하면 조사관이 문을 열어주시고 준비한 서류들을 제출합니다.
저는 서류 제출만 하면 제가 할 일은 모두 끝난 거라 생각했는데... 젠장 여기서 또 뭘 작성해야 한다고 하네요.
진술서 작성
조사관 말씀으로는 제가 작성한 서류를 기반으로 제가 직접 수기로 진술서를 작성해야한다고 해요. 내용 작성은 어렵지 않아요. 어차피 진정서 작성했을 다 적었던 것들이라 진정서 보면서 똑같이 작성하면 되는 부분이에요. 다만 수기로 작성해야 하는 부분이 좀 귀찮...
요렇게 진술서까지 작성을 하면 진짜 끝이에요. 끝으로 조사관이 몇 가지 안내를 해주셨는데요, 정리하면
- 일반 은행(국민, 우리 등)한테 사기꾼 정보 요청하면 2주 정도 소요되나 카카오뱅크는 4주 정도로 보다 오래 걸린다.
- 사기꾼이 진짜 사기죄를 저질렀는지는 나중에 판단할 일이지만 사기꾼이 누구인지는 거의 100% 찾아낼 수 있다.
- 사기꾼 찾아내면 사기꾼이 거주하는 지역 경찰서로 사건을 넘길 것이다.
- 진행사항은 내가 직접 경찰서에 연락해서 물어봐야 한다.
끝맺음말
사기를 당한 처음에는 살짝 멘붕이 왔지만 이참에 고소하는 거 공부해보자는 마음으로 열심히 파고들었고 진정서까지 제출하게 됐어요. 이후에는 경찰관이 사기꾼 잡아서 조사하고 검찰에 보내고 법원 판결 날 때까지 제가 별도로 해야 할 게 거의 없습니다. 다만 배상명령신청서만 잊지 않고 제출해야 제가 피해받은 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으니 그것만 잘 작성하면 될 거 같아요.
그래서 결론, 중고거래는 직거래합시다.
+ 신고 1개월 후 (22.7.11)
사기꾼이 어디사는 누군지 확인되었다고 경찰서에서 서류 날라왔어요.
이제 경찰관이 이 사기꾼 불러다가 조사하겠죠?
+ 신고 3개월 후 (22.9.15)
아직도 수사 중이라고 하네요. 언제쯤 검찰 송치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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